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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

롤렉스 ‘데이트저스트’ 대신 추천하고 싶은 ‘근본’ 시계 6가격대는 7만7천 원부터!

by 만초대박납니다 2023.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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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 ‘데이트저스트’ 대신 추천하고 싶은 ‘근본’ 시계 6

가격대는 7만7천 원부터!

롤렉스데이트저스트는 옛날 손목시계 분류기준으로 보면 미묘하다. 옛날 기준으로 손목시계를 나누면 크게 둘이다. 드레스 시계와 스포츠 시계. 드레스 시계는 옛날 남자들의 드레스 셔츠에 차는, 얇고 가벼운 시계다. 스포츠 시계는 잠수 등 활동적인 일을 할 때 쓰는 육중한 시계다. 

롤렉스 데이트저스트는 둘 다인 동시에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스포츠 시계의 몸에 드레스 시계의 옷을 입었다. 방수 성능이 뛰어나서 드레스 시계에 비해 두껍고 가죽보다 튼튼한 금속 브레이슬릿을 채운다. 동시에 금이나 다이아몬드 등 드레스 시계의 디테일도 적당히 쓴다. 장르적 정통성에 충실하지 않았던 결과 역으로 롤렉스 데이트저스트는 고급 시계의 표준이 될 수 있었다. 대형 감자탕집 사장님과 랩 스타와 아펠가모 반포 새신랑과 그의 장인어른이 동시에 찰 수 있는 고급 시계는 롤렉스 데이트저스트 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울러 모든 도시인이 평등하게 정확한 시간을 알게 된 지금, 오늘날 손목시계의 존재 이유는 세공기술도 가격도 인지도도 아닌 의미다. 손목시계를 찬다는 건 어떤 의미가 담긴 물건을 내 손목에 감느냐의 게임인 것이다. 그렇게 보면 롤렉스 데이트저스트 못지 않은 의미를 지닌 멋진 시계가 많다. 다음은 그 목록이다.

최고의 의미를 원할 때

Omega

# 오메가스피드마스터 문워치

오메가는 롤렉스 대기 못 타서 사는 시계 정도가 아니다. 오메가 역시 스위스 손목시계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양산형 손목시계 무브먼트의 성능 자체로 보면 오메가가 최고다. 최근에도 일오차 0~+2초 사이의 최신형 무브먼트를 탑재한 스피드마스터 수퍼 레이싱을 발표했다.

고가 시계는 의미를 손목에 감는 고급품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최고의 의미를 손목에 감는 게 자연스럽다. 기계식 시계의 의미는 그 시계가 가진 무용담에 의해 정해진다. 손목시계 역사상 최고의 무용담을 가진 시계는 오메가 스피드마스터 문워치다. 스피드마스터는  혹독한 비밀 테스트에 통과해 우주인용 시계가 되었다. 최초로 달을 밟은 버즈 올드린의 손목에 감기며 손목시계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영광을 누렸다. 그때 그 시계와 거의 비슷한 시계를 아직도 살 수 있다. 참고로 롤렉스 데이토나는 당시 나사 테스트를 견디지 못했다. 오메가 스피드마스터를 차다가 데이토나를 보고 주눅들지 말자. 가격은 9백30만 원.

조금만 더 보태면 살 수 있는 최고의 시계

Audemars Piguet

 #오데마 피게 로얄 오크

한국의 인터넷 게시판에서 으레 나오는 말 중 ‘그 돈이면 ㅇㅇㅇ’가 있다. 모닝을 보다  메르세데스벤츠클래스까지 보게 하는 마법의 주문이다. 손목 시계에도 ‘그 돈이면 ㅇㅇㅇ’가 있다. 다니엘 웰링턴 사느니 티쏘, 티쏘 사느니 프레데릭 콘스탄트, 그걸 사느니  태그호이어를 사느니 오메가, 오메가 사느니 롤렉스같은 식. 나름 말이 된다고 볼 수도 있다. 기왕 사는거 한 번에 좋은 거 사고 한눈 안 팔면 되니까.

그런데 그렇게 보면 롤렉스 데이트저스트도 부족하다. 롤렉스 위로 좋은 시계가 얼마나 많나. 데이트저스트 값에 조금만 더 보태서 살 수 있는 시계가 많은데 한 방에 ‘끝판왕’을 사는 것도 괜찮은 일 아닌가. 스틸 케이스에 브레이슬릿 시계계의 끝판왕이라면 오데마 피게 로얄 오크다. 실제로 로얄 오크는 최고 수준의 표면세공과 남다른 디자인과 용감한 기획으로 만들어진 훌륭한 시계다.

요즘 로얄 오크의 구입 난도를 아는 분들은 코웃음을 칠 수도 있다. 그러나 원래 ‘ㅇㅇ사느니 ㅁㅁ산다’라고 하는 사람들의 말은 허술한 설계도처럼 논리로만 겨우 작동되고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러니 자신있게 말해보시길. 롤렉스 데이트저스트 사느니 AP 로얄오크 사라고. 가격은 3178 .

최초라는 의미를 원할 때

Cartier

#산토스 드 까르띠에

롤렉스는 의외로 손목시계의 기술적 발달사에서 최초 기록이 많지 않다. 최초의 다이버 시계, 최초의 투르비용, 최초의 크로노그래프, 모두 롤렉스가 아니다. 최초 기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롤렉스 말고 까르띠에를 보시길. 까르띠에 중에서도 산토스. 까르띠에 산토스는 최초로 남성 전용 손목시계라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디자인된 시계다. 파리에 자리잡은 브라질 출신 파일럿 루이 산토스 뒤몽의 의뢰로 1904년 제작했다. 

1904년의 산토스는 2023년에도 여전히 출시된다. 산토스는 2018 산토스 드 까르띠에로 컬렉션을 재편했다. 이름을 통일하고 스몰, 미디움, 라지로 사이즈를 알기 쉽게 쪼갰다. 120여 년이 지난 만큼 세공은 정밀해지고 편리성도 높아졌다. 요즘 고가 손목시계의 경향 중 하나는 손쉬운 스트랩 교체 시스템이다. 까르띠에도 퀵스워치 스마트링크라는 이름의 장치를 도입해 스트랩 및 브레이슬릿 교체나 브레이슬릿 사이즈 교체가 쉬워졌다. 막상 쓰면 이런 기능이 정말 유용하다. 가격은 9백65만 원.

롤렉스 값으로 살 수 있는 최고의 마무리를 원할 때

Grand Seiko

 #그랜드 세이코SGBH277

기계식 시계의 제작 역량을 살필 수 있는 지표로 얼마나 부품을 내부에서 생산하는가가 있다. 기계식 시계 안에 들어 있는 제품은 상상 외로 다양한 제작 및 가공공정을 요구한다. 다이얼, 케이스, 유리, 핸즈, 무브먼트, 무브먼트에 들어가는 각종 신소재, 시계의 나사, 버클까지, 이 모든 걸 모두 자체 제작할 수는 없다. 스위스 시계 회사들은 그래서 특정 전문 부품회사의 제품을 받아 쓰는 경우가 많다. 롤렉스는 자체 용광로까지 갖추고 원자재부터 시작한 거의 모든 제품 생산을 내재화했다. 그런데 롤렉스만큼이나 자사 내부 부품 생산 비율이 높은 회사가 있다. 세이코.

그랜드 세이코가 얼마나 수준 높은 시계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같은 가격이라면 늘 오메가가 롤렉스보다 더 많이 세공되어 있고, 늘 그랜드 세이코가 오메가보다 더 많이 세공되어 있다. 핸즈의 모서리를 칼처럼 깎는 것, 각종 각면을 세공하는 것, 오차 범위를 줄인 것, 모두 감탄이 나올 정도로 높은 완성도다. 시계의 인지도가 전부인 사람에게 롤렉스 대신 그랜드 세이코라는 말은 다음 생에서도 와닿지 않음을 안다. 다만 금속가공품으로의 시계에 관심이 있다면 그랜드 세이코는 롤렉스의 진지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덜 유명한 덕에 성능 대비 중고 시세가 아주 저렴하다. 가격은 8백55만 원.

롤렉스와 개념을 공유하는 시계를 원할 때

G-Shock

# 지샥DW-5600

롤렉스는 빈티지도 가격이 유지되는 걸로 유명하다. 왜 그럴까? 최고의 브랜드라서? 브랜드 가치가 유지돼서? 그런 건 검증 불가능한 미사여구일 뿐이다. 검증이 되는 사실로 설명하면 이렇다. 롤렉스는 고장이 잘 안 나고 튼튼하다. 똑같이 수십년 된 시계라도 기계로의 성능을 잘 유지한다. 호사가나 리셀러가 뭐라고 하든 롤렉스는 적당한 복잡도와 아주 높은 내구성을 지닌 시계를 만든다. 기계로의 높은 성능을 유지하는 게 롤렉스의 진짜 저력 중 하나다. 

그렇게 쳤을 때 20세기 후반에 나온 시계 중 개념적으로 롤렉스와 가장 흡사한 시계는 지샥이다 1백 여년 전 롤렉스의 가장 큰 마케팅 포인트는 방수 성능이었다. 롤렉스는 방수 성능을 자랑하기 위해 도버 해협을 수영으로 건넌 여성에게 롤렉스 시계를 채웠고 시계가 멀쩡함을 증명했다. 지샥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마케팅 포인트 역시 충격 흡수다. 그 점에서 둘은 진지한 실용 시계로의 가치를 공유하는 셈이다. 기본 모델의 디자인이 거의 같다는 것도 둘의 공통점이니 지샥 DW-5600 역시 타임리스 클래식이다. 단정하게 입고 이 시계를 차면 진짜 멋있다. 예를 들면 외교부장관과 주미대사를 역임한 한승주가 지샥을 찬다. 가격은 11만 원.

개념적인 모던 클래식을 원할 때

Swatch

 #스와치 원스 어게인

스위스 시계는 배타적인 면으로 유명하지만 과거 그 이면엔 큰 위기와 치열한 자기개선도 있었다. 특히 손목시계의 동력원이 건전지로 바뀌던 1970년대 스위스 시계 업계는 전체 인력의 70%를 해고해야 할 정도로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쳤다. 오늘날의 스위스 시계 업계는 구조조정을 거쳐 겨우 건강을 찾은 업계다. 롤렉스는 그 시기를 잘 헤쳐온 몇 안 되는 브랜드 중 하나이며, 사실 나는 그거야말로 롤렉스의 저력이라 본다. 

그 면에서 오늘날 스위스 시계를 상징하는 시계는 롤렉스도 오메가도 오데마 피게도 아닌 스와치다. 농담이 아니다. 스위스 시계업계는 구조조정 후 현금 매출을 만들 수 있는 저가 시계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스위스 시계의 정밀한 이미지와 스위스 디자인의 금욕적 우아함을 유지하며 저렴한 플라스틱 패션 시계를 만든다면? 그게 스와치다. ‘원스 어게인’은 스와치의 역사적인 첫 모델이다. 스위스 시계가 누렸던 영광을 한번 더 누리겠다는 뜻이었을까? 실제로 스와치는 전 세계적으로 성공했고, 여기서 벌어들인 현금으로 스와치는 옛 영광의 시계 브랜드를 하나씩 인수하기 시작했다. 그게 스와치부터 오메가를 거쳐 브레게로 이어지는 스와치 그룹이다. 스와치가 없었다면 브레게도 없었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봐도 스와치 원스 어게인은 멋진 시계다. 날렵한 케이스와 간결한 디자인을 보면  Ref. 96의 플라스틱 버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스와치 원스 어게인은 MOMA 디자인 스토어에도 입점했다. 역시 타임리스 디자인이다. 가격은 7만7천 원.

 

 

롤렉스 '서브마리너' 대신 살만한 럭셔리 다이버 워치 6

“덜 흔한 걸 원하지만, 솔직히 누가 알아봐주길 바랄 때.”

 

 

 

 

 롤렉스서브마리너는 고가 시계계의 절대 강자다. 단순히 인기 모델을 넘어 시계계의 기축통화 수준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롤렉스 서브마리너를 팔면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말이 있고, 실제로도 그럴 것 같다.

 

 코로나19기간 동안 의외로 고가 시계계에 돈이 몰렸다. 우선 스위스에 코로나19 감염자가 대거 발생하며 생산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거기 더해 코로나19 창궐 초기에 각국 정부가 돈을 너무 많이 풀며 그 돈 일부가 사치품 업계로 흘러들었다. 롤렉스의 주요 시계들은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시계가 되었다.

세상은 넓고 시계는 많다. 롤렉스 서브마리너는 물론 좋은 시계지만 다른 좋은 시계도 많다. 가상화폐에 비트코인만 있는 게 아니듯 고가 시계계에도 서브마리너의 다양한 대안이 있다. 영 앤 와일드 > 독자들도 좋아하실지는 모르겠으나 시계 구경과 품평을 직업으로 해온 입장에서 이 정도의 대안을 생각해 보았다.

서브마리너보다 합리적인 걸 원할 때

Tudor

#튜더 펠라고스

다이버 시계로 서브마리너의 스펙은 평이한 수준이다. 롤렉스는 유재석처럼 잘 하는 것만 시도해서 아주 높은 완성도로 해내기 때문이다. 시, 분, 초만 보이는 ‘타임 온리’ 무브먼트(논데이트 기준), 300m 방수, 한 방향으로 돌아가는 베젤, 메탈 브레이슬릿. 이 정도 스펙을 가진 롤렉스 서브마리너가(논데이트 기준) 1천1백42만 원이다. 롤렉스의 만듦새는 늘 아주 훌륭하므로 만듦새를 봤을 때 이 값을 비싸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숫자만 놓고 보면 비싼 것도 사실이다.

그런 생각을 멈출 수 없다면 튜더 펠라고스가 대안이다. 튜더는 롤렉스의 자회사다. 롤렉스의 제조기술을 공유하되 무브먼트나 세공 세부 등 각종 디테일을 간략화했다. 그 결과가 펠라고스다. 롤렉스보다 반값 가까이 싼데 스펙이 압도적으로 좋다. 이 시계의 모든 스펙이 서브마리너를 압도한다. 방수 성능 500m, 헬륨 가스 배출 밸브 장착, 스틸보다 훨씬 가볍고 가공이 어려운 티타늄 브레이슬릿. 브레이슬릿 모델을 사면 정품 러버 밴드까지 준다. 이래도 6백8만 원. 서브마리너보다 40%쯤 싸다. 브랜드 이미지라는 허상 뒤의 제품 가치를 보는 눈이 있다면 고려할만하다. 가격은 6백8만 원.

서브마리너보다 강한 걸 원할 때

Omega

오메가 플래닛 오션 6000M 코‑액시얼 마스터 크로노미터 45.5mm

앞서 말했든 300m 방수는 평이하니 서브마리너보다 들어갈 수 있는 시계도 많다. 당장 롤렉스부터 1220m 방수가 되는 씨드웰러와 3900m 방수가 되는 딥씨를 만든다. 과연 이렇게 비싼 시계를 차고 깊은 물속에 들어갈 거냐는 질문 같은 건 하지 말자. 세상에 못 갈 곳이 없는 하드코어 오프로더 G바겐 같은 차를 모는 사람들도 매번 손 세차만 돌리면서 도산공원 근처만 맴도는 것이 현대 사회다.

그런데도 방수 성능을 고수하고 싶거나 업무상 정말 깊은 바닷속에 들어가야 하는데 고급 시계는 차고 싶은 분들이라면 롤렉스보다 더 좋은 선택지가 있다. . 오메가의 플래닛 오션 6000은 이름처럼 6000m 방수가 된다. 그런데도 가격은 1천5백80만 원. 롤렉스 서브마리너보다 조금 비싸고 롤렉스 딥씨보다는 저렴하다. 원래 가격대가 비슷하다는 전제에서 오메가는 늘 롤렉스보다 스펙이 좋다. 기능이든 세공이든. 그게 오메가의 매력이자 저력이자 안타까운 부분이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오메가라서 충분한 칭찬을 못 받는 면이 있다. 가격은 1천5백80만 원.

서브마리너보다 덜 흔한 걸 원하지만 누가 알아봐주길 바랄 때

Panerai

#파네라이 루미노르 고로 44mm

사람의 마음은 미묘한 것이다. 롤렉스 서브마리너가 인기니까 ‘에, 난 모두가 아는 그저 그런 흔한 거 차기 싫어’같은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은 동시에 ‘그래도 내가 차고 있는 이 좋은 시계를 누군가 알아봐 주고 놀라워해줬으면 해’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모순, 내로남불, 뭐라 해도 어쩔 수 없다. 눈에 띄고 싶지 않지만 눈에 띄고 싶어하는 앞뒤 안 맞는 마음 역시 인간의 본능이다. 그 인간의 본능을 노리는 컬트 시계들도 각자의 매력으로 고객의 손목을 노린다.  

파네라이의 루미노르 역시 사람들의 눈에 띌 요소가 많다. 특유의 쿠션형 케이스. 방수를 위한 크라운 가드. 파네라이 특유의 3, 6, 9, 12 폰트. 투박한 외모와 상반되는 고급스러운 마무리. 스트랩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기분 따라 스트랩을 바꾸며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아울러 파네라이는 롤렉스만큼이 아닐 뿐 이제 은근히 많이 알려져 있다. “에이 난 롤렉스 안 차”라고 하면서 은근히 자랑하기에도 좋다. 가격은 사양에 따라 서브마리너보다 싸기도 하고 비싸기도 하다. 가격은 7백39만 원.

서브마리너보다 더 유서 깊은 시계를 원할 때

Blancpain

블랑팡 피프티 패덤즈 노 래드

고가 시계는 비싸기 때문에 이 물건을 사도록 유도하는 이유가 다양할 수밖에 없다. 기천만 원짜리 물건을 턱턱 사려면 스토리든 세공이든 기능이든 뭔가 이유가 있어야 한다. 고가 시계가 브랜드 스토리에 집중하는 이유 중 하나다. 서브마리너 역시 이 시계를 둘러싼 다양한 신화와 전설들이 토성의 고리처럼 시계를 떠돌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서브마리너가 ‘장르 최초’는 아니다. 다이버 시계의 최초를 찾으려면 다른 시계를 찾아야 한다.

블랑팡 피프티 패덤즈는 1953년 처음 출시된 세계 최초의 근대적 다이버 손목시계다. 오늘날의 다이버 시계에서 사용하는 디테일이 이 시계에 이미 구현되어 있다. 물속에서도 잘 보일 만큼 큰 인덱스와 야광 처리, 잠수 시간에 오차가 가지 않도록 한 방향으로만 회전하는 베젤 등. 블랑팡은 고급 시계 브랜드로 포지셔닝 하므로 시계의 모든 디테일에 고가 귀금속 수준의 가공술이 들어가 있다. 덕분에 다이버 시계임에도 일단 차면 무척 고급스러운 느낌이 든다. 대신 가격도 그만큼 오른다. 가격은 1천7백80만 원.

서브마리너보다 더 고급스러운 시계를 원할 때

Glashuette

글라슈테 오리지널 씨큐 파노라마 데이트

고가 손목시계의 매력은 내가 이 시계를 매일 차면서 무심코 한 번씩 쳐다볼 때 느낄 수 있다. 견고하고 정밀한 물건이 내 손목 위에서 물 흐르듯 움직인다는 안도감, 조금만 손목 각도를 바꿀 때마다 다른 각도에서 보이는 금속 가공의 마무리. 이런 순간을 즐기는 게 고급 시계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시계의 이름값보다 고급 시계의 디테일 자체를 즐기고 싶다면 독일 시계도 좋다. 독일의 고급 시계인 글라슈테 오리지널에서 멋진 다이버 시계를 만든다. 씨큐 파노라마 데이트다.

씨큐 파노라마 데이트는 시중의 고급 다이버 시계 중에서도 눈에 띄는 디테일을 가졌다. 인덱스부터 다르다. 보통 다이버 시계 숫자 인덱스는 프린트로 마무리한다. 반면 씨큐는 12, 2, 6, 8 등의 숫자 인덱스를 금속으로 만들어 붙였다. 금속을 깎아 붙이는 것과 다이얼에 프린트로 마무리하는 것 중 무엇이 더 고급일지는 자명하다. 초침의 세밀한 세공도 확실히 고급 시계다. 5시 방향의 파노라마 데이트도 다른 브랜드에서는 보기 힘든 디테일이다. 베젤과 크라운을 골드로 만든 것도 아주 고급스러운 발상이다. 가격은 2천20만 원으로 상당히 비싼데, 디테일을 뜯어보면 말이 된다. 가격은 2천20만 원.

서브마리너로는 감당 못할 모험을 떠날 때

Breitling

브라이틀링 이머전시

서브마리너가 수심 300m 방수가 된다고 하지만 진짜 모험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를 일이다. 여행 중 급전이 필요해 바로 팔아야 하는 때라면 모를까, 조난 등 생명이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면 서브마리너로는 안된다. 사실 고가 시계 무엇도 모험용 장비로는 부족하다. 모험 이미지는 결국 이미지일 뿐. 오늘날의 고가 손목시계를 진지한 모험용 장비라고 하긴 좀 머쓱하다. 그중 브라이틀링이 진지한 모험 장비가 될 만한 고가 시계를 만든다. 이름부터 ‘비상’인 이머전시다.

브라이틀링 이머전시는 고가 손목시계의 세공 품질을 가진 비상 장비라고 봐야 한다. 이 시계의 가치는 시계 아랫부분에 있는 이중 주파수 조난 신호 비콘이다. 위급 상황일 때 하단의 스위치를 당겨 안테나를 뽑는다. 안테나를 뽑으면 지상과 위성에 닿는 2가지 종류의 주파수를 48시간 동안 쏜다. 그 신호를 받은 전 세계의 누군가가 조난당한 지점으로 구조를 하러 간다. 수색 구조작업은 신호, 위치 추적, 구조라는 3단계로 구성된다. 브라이틀링 이머전시가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베어 그릴스가 이 시계를 찬다는데 PPL이라면 대단히 적합한 협찬이다. 가격은 2천2백13만 원.

Rolex

롤렉스 서브마리너는 엄밀히 잠수시계 모양을 한 철제 귀금속이다. 서브마리너를 차고 수영을 하겠다는 건 못 모양의 까르띠에 저스트 엉 클루로 못을 박겠다는 발상과 비슷하다. 수영 정도의 방수성능은 첼리니를 제외한 모든 롤렉스의 기본사양이니, 서브마리너는 멋쟁이 아이템이라기보다는 현대 사회의 대체 자산이 되었다. 대체 자산 이야기를 거듭 말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결국 시계의 가격 방어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오랜 시계 애호가는 이런 상황을 한 마디로 정리했다. “재미 없죠.”

롤렉스는 좋은 물건임이 확실하다. 평생 고가 시계를 하나만 살 거라면 나는 늘 롤렉스를 권한다. 그러니 자산으로의 시계를 찾는다면 롤렉스 등 몇몇 시계만 보시면 되고, 대부분의 시계 애호라는 게 이 정도 수준에 머무른다. 여기서 조금 더 내 기호가 반영된 시계 애호 취미 생활을 할 생각이 있다면 오늘 소개한 다른 시계를 눈여겨봐도 좋겠다. 정말 물속에 들어갈 시계를 찾는다면 전문 다이빙 컴퓨터나 지샥 프로그맨 같은 걸 찾아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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